[국내배구]“다들 우리 중앙이 약하대, 듣고만 있을 거야?” 임혜림을 깨운 이영택 코치의 한 마디

유망주의 잠재력이 본격적으로 발휘된 계기는 다양했다. 환경의 변화는 물론이고, 의지를 샘솟게 만드는 자극제 같은 말 한 마디도 있었다.
2004년생의 젊은 미들블로커 임혜림은 도드람 2023-2024 V-리그 개막을 앞두고 흥국생명에서 IBK기업은행으로 둥지를 옮겼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 후 흥국생명으로의 이적을 선택한 김수지의 보상선수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김수지의 이탈로 인해 임혜림에게도 적지 않은 기회가 주어질 거라는 건 예상됐지만, 그의 잠재력이 곧바로 발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임혜림은 빠른 속도로 IBK기업은행의 중앙에 연착륙하고 있다. 19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페퍼저축은행과의 2라운드 맞대결에서 임혜림은 10점을 올리며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1개의 블로킹과 5개의 유효 블록을 잡아냈고, 범실은 1개에 불과했다. 임혜림의 활약 속에 IBK기업은행은 세트스코어 3-1(25-18, 20-25, 25-22, 25-19)로 페퍼저축은행을 꺾고 시즌 4승째를 챙겼다.
경기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난 임혜림은 “지난 현대건설전이 너무 안 풀렸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는 연습한 것들을 잘 보여주고 싶었다. 2세트에는 조금 불안했지만 나머지 세트에는 연습한 대로 잘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 기쁘다”며 밝은 표정으로 승리 소감을 전했다.
IBK기업은행으로의 이적 과정은 젊은 선수에게는 당황스러움과 기대감이 공존하는 상황이었다. “처음 이적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좀 놀랐다. 하지만 주변에서 좋은 기회라고 많이 이야기해주셨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합류 후에 더 노력해서 얼른 팀에 적응하려고 했다”고 이적 당시를 돌아본 임혜림은 “감독님께서 세터와의 호흡을 많이 강조하셔서 그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썼다”고 이적 후 빠르게 팀에 녹아들 수 있었던 비결을 소개했다.
임혜림에게 김호철 감독이 자주하는 말은 무엇이고, 김 감독과 함께 보내는 시즌은 어떤지도 물었다. “이적 후 초반에는 적극적으로, 자신 있게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요즘은 전술적인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많이 해 주신다”고 김 감독이 주로 하는 말을 먼저 밝힌 임혜림은 “감독님이 쓴 소리도 많이 하시지만, 칭찬도 그만큼 많이 해주신다. 저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만 해주시기 때문에 좋게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다”며 김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임혜림의 잠재력을 폭발시킨 것은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뿐만이 아니었다. 이영택 코치의 한 마디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임혜림은 “이영택 코치님이 (최)정민 언니, (김)현정 언니, (김)희진 언니랑 저를 부르셔서 ‘너희가 (김)수지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또 ‘모두가 우리를 중앙이 약한 팀이라고 하는데, 듣고만 있을 거냐’고도 말해주셨다. 그래서 그런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처럼 여러 가지 기폭제는 임혜림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그리고 임혜림과 함께 뛰는 또 한 명의 젊은 미들블로커 최정민 역시 기폭제의 수혜자가 됐다. 두 선수가 중심을 잡는 가운데 IBK기업은행은 블로킹 4위(세트 당 2.158개), 속공 5위(45.37%)를 기록하며 중앙이 가장 약한 팀이라는 기존 평가에 비해서는 준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임혜림은 “정민 언니는 블록이 잘 안 된 상황에 대한 피드백도 많이 해주고, 멘탈적인 부분에서도 많이 챙겨준다”며 최정민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노력을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만개 시키고 있는 임혜림은 과연 남은 시즌 동안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 젊은 선수인 만큼 부침도 겪겠지만, 지금의 마음가짐과 의지를 잃지 않는다면 지금보다도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줄 가능성도 충분하다.